사케 효모 가이드 – 쿄카이 효모부터 꽃효모·지역효모까지
사케 뒷라벨을 보면 "쿄카이 9호(協会9号)", "시즈오카 효모(静岡酵母)"처럼 효모 이름이 적힌 항목이 있습니다. 이 효모 항목은 향의 방향을 가늠하는 단서가 됩니다. 효모는 발효 과정에서 향과 산(酸)을 만들어내는데, 균주가 바뀌면 완성된 술의 인상도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이런 향을 원한다"는 기준으로 효모를 골라볼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쿄카이 효모(協会酵母) 번호 읽는 법부터 꽃효모(花酵母)·지역효모(地域酵母)의 확장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맛을 결정하는 4가지 요소의 전체 그림은 중급자를 위한 강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효모가 좌우하는 것은 향과 산
효모(酵母, yeast)는 당을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바꾸는 미생물입니다. 이 발효 과정의 부산물로 효모는 향 성분과 유기산을 함께 만들어냅니다. 사케 특유의 과일향 나는 긴조향(吟醸香, ginjo-ka: 저온 발효로 생기는 화려한 향)도 결국은 효모가 발효 중에 만들어낸 향입니다. 산의 양도 효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향이 풍부한 술을 고르고 싶은 날에는 효모 항목이 지름길이 됩니다. 다만 향의 높고 낮음이 효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시키는 양조법이나 쌀을 깎는 정도에 따라서도 완성된 향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효모는 여러 주역 가운데 하나 정도로 생각하면 충분합니다.
쿄카이 효모란
쿄카이 효모(協会酵母, kyokai kobo)는 일본양조협회(日本醸造協会)가 전국 양조장에 배포하는 사케용 효모입니다. 뛰어난 술을 빚은 양조장의 발효 중인 술덧(醪, moromi: 발효 중인 사케 원료 혼합물)에서 분리해 번호를 매겨 나눠주는 방식이며, 이런 배포 제도는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특정 양조장에서 태어난 효모를 전국 어느 양조장에서든 쓸 수 있어, 안정적인 술 빚기의 토대가 되어 왔습니다.
번호는 배포된 순서입니다. 오래된 1호부터 5호는 지금은 끊겼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 6호입니다. 번호를 읽는 요령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6호를 기준으로 601호처럼 끝 두 자리에 01이 붙는 균주는 발효 중에 거품을 높게 일으키지 않는 무포효모(泡なし酵母, awanashi kobo)입니다. 거품 관리가 수월해지고 탱크 용량도 그만큼 더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긴조향을 만드는 두 가지 성분
화려한 향의 정체는 주로 두 가지 성분입니다.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는지는 효모 균주에 따라 결정됩니다. 번호를 살펴보기 전에 이 두 성분을 먼저 짚어두겠습니다. 향 성분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맛과 향을 보는 법을 참고하세요.
- 카프로산 에틸(カプロン酸エチル, ethyl caproate): 사과나 서양배를 연상시키는 달콤한 향. 9호 계열(9호 및 그로부터 육성한 균주)이나 1801호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 아세트산 이소아밀(酢酸イソアミル, isoamyl acetate): 바나나에 가까운 향. 균주에 따라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특정 번호와 결부해 고르기는 어려운 향입니다.
같은 효모라도 발효 온도가 낮아지면 향이 높아지기 쉬운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효모 항목만으로 향의 세기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양조법과의 조합으로 결정된다고 알아두면 오해가 줄어듭니다.
향으로 고르는 쿄카이 효모 번호별 조견표
향의 방향으로 고른다면 우선 이 기준을 참고하세요.
- 화려한 긴조향을 원한다면 쿄카이 9호·1801호
- 차분하고 단정한 맛을 원한다면 쿄카이 6호
- 다루기 쉬운 정통의 맛을 원한다면 쿄카이 7호
대표적인 번호들을 유래 양조장, 그리고 맛과 향의 경향과 짝지어 정리했습니다.
| 번호 | 유래 양조장 | 경향 |
|---|---|---|
| 쿄카이 6호 | 아키타(秋田) "신세이(新政)" | 발효력이 강하고 차분하며 단정한 술맛 |
| 쿄카이 7호 | 나가노(長野) "마스미(真澄)" | 다루기 쉽고 응용 범위가 넓음. 배포량이 가장 많은 정통 균주 |
| 쿄카이 9호 | 구마모토(熊本) "코로(香露)" | 화려한 긴조향. 긴조슈(吟醸酒)의 표준 균주 |
| 쿄카이 1801호 | 향을 높이도록 육성한 균주 | 카프로산 에틸이 높고 산은 절제됨. 품평회 출품주에 많이 쓰임 |
6호는 쇼와(昭和) 초기 아키타의 신세이에서 분리되었습니다. 저온에서도 발효하는 힘이 있어 차분하고 단정한 술이 됩니다. 7호는 나가노의 마스미에서 갈라져 나온 균주로, 다루기 쉬운 특성 덕분에 지금도 배포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통 균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9호는 구마모토에서 분리되어 화려한 긴조향을 특징으로 합니다. 긴조슈의 표준이라 할 만한 균주입니다.
1801호는 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육성된 균주입니다. 사과나 서양배를 연상시키는 카프로산 에틸을 많이 만들어내고 산은 절제된 편입니다. 전국신주감평회(全国新酒鑑評会)에 출품하는 다이긴조(大吟醸)에서 널리 선택되어 왔습니다. 번호별로 더 자세한 양조 구분은 중급자를 위한 강의에서도 다룹니다.
꽃효모와 지역효모의 확장
쿄카이 효모 외에도 효모의 선택지는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꽃효모와 지역효모 두 가지입니다.
꽃효모(花酵母, hana kobo)는 자연 속 꽃에서 분리한 사케용 효모입니다. 도쿄농업대학(東京農業大学) 연구실이 꽃의 꿀에서 사케 효모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패랭이꽃, 베고니아, 아베리아 등 원료가 된 꽃은 다양합니다. 이바라키(茨城)의 라이후쿠 주조(来福酒造)는 이 꽃효모를 여러 종류로 나누어 빚는 양조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꽃의 종류에 따라 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지역효모(地域酵母, chiiki kobo)는 각 현(県)의 시험장 등이 육성한 그 지역 고유의 효모입니다. 각 지역의 쌀과 기후에 맞춰 선발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시즈오카현(静岡県)이 개발한 시즈오카 효모는 담백하면서도 과일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야마가타(山形)와 후쿠시마(福島)에도 각 현 고유의 효모가 있습니다. 뒷라벨에 현 이름이 붙은 효모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그 지역 양조법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효모를 실마리로 한 병을 고르는 법
향이 풍부한 술을 찾는 날에는 효모 항목을 첫 번째 표시로 삼아 보세요. 9호 계열이나 1801호라면 화려한 긴조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꽃효모나 지역효모라면 그 지역만의 개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효모는 맛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쌀·물·주모(酒母)·저온살균(火入れ, hi-ire) 역시 그만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효모 항목으로 감을 잡았다면, 이제 실제로 따라본 한 잔으로 답을 확인해 보세요. 숫자와 이름은 입구일 뿐, 맛은 입 안에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정 음주 가능 연령(일본은 만 20세) 이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음주는 적당량을 지켜 주시고,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운전 전에는 음주를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