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과 신맛만으로는 부족하다, 맛과 향 제대로 읽는 법
"단맛이냐 신맛이냐"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사케를 고를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준은 "단맛인가, 신맛인가"이다. 이 기준의 바탕이 되는 지표가 니혼슈도(日本酒度, nihonshu-do: 술에 남은 당분을 대략적으로 수치화한 지표)다. 수치가 마이너스면 단맛 쪽, 플러스면 신맛(드라이한 맛) 쪽으로 읽는다.
하지만 이 지표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니혼슈도가 같아도 마셨을 때 인상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작용하는 것이 산도(酸度)다. 산도는 술에 들어있는 유기산의 양을 뜻하며, 대부분 1.0~2.0 사이에 든다. 산이 많을수록 같은 당분이라도 맛이 더 깔끔하고 드라이하게 느껴진다.
체감을 좌우하는 것은 산만이 아니다. 감칠맛의 양에 따라서도 인상이 달라진다. 감칠맛의 근원이 되는 아미노산의 양은 "아미노산도"라 부르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바디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즉 단맛·신맛은 맛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향이 높은지 낮은지, 맛이 가벼운지 진한지, 숙성의 깊이가 있는지. 이런 축을 더하면 선택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향의 높낮이와 맛의 농도, 이 두 축만 기억해두면 단맛·신맛에만 의존하지 않는 안목이 생긴다.
두 축으로 보는 향의 높낮이 × 맛의 농도
맛의 지도를 그린다면 세로축에 "향이 높다·낮다", 가로축에 "맛이 가볍다·진하다"를 놓는다. 이 두 축으로 사케는 대략 네 구역으로 나뉜다. 이 4가지 유형 분류(향미 특성별 분류)는 일본 사케 서비스 연구회·주장(酒匠) 연구회 연합회(SSI)가 제안한 것이다. 일본 사케 양조조합 중앙회 등도 같은 틀로 사케를 소개하고 있다.
| 맛이 가볍다 | 맛이 진하다 | |
|---|---|---|
| 향이 높다 | 훈주(薫酒, kunshu, 향이 화사한 유형) | 숙주(熟酒, jukushu, 깊게 숙성된 유형) |
| 향이 낮다 | 상쾌주(爽酒, sōshu, 산뜻하고 깔끔한 유형) | 순양주(醇酒, junshu, 쌀맛이 진한 유형) |
단맛·신맛은 이 지도 안의 한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지도를 통째로 파악하면 내 취향의 위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특정명칭주(특정한 등급 표시)와의 관계는 준마이·긴조·다이긴조의 차이도 참고가 된다.
4가지 유형을 향·맛·온도로 한눈에 정리
앞서 본 지도가 "어디에 위치하는가"였다면, 이번에는 각 유형의 "내용물"이다. 향, 맛, 어울리는 온도대, 대표적인 술의 특징을 정리한다.
| 유형 | 향 | 맛 | 어울리는 온도대 | 대표적인 주질 |
|---|---|---|---|---|
| 훈주 | 높음. 과일이나 꽃 같은 향 | 가볍고 살짝 단맛도 | 차게 | 다이긴조·긴조 계열 |
| 상쾌주 | 절제된 향 | 경쾌하고 뒷맛이 깔끔 | 아주 차게 | 혼조조·보통주·나마자케 |
| 순양주 | 은은한 향 | 쌀의 감칠맛과 바디감 | 상온부터 데운 술(간, 燗)까지 | 준마이슈·기모토 계열 |
| 숙주 | 높음. 숙성만의 독특한 향 | 진하고 복합적 | 상온부터 데운 술(간)까지 | 장기 숙성 고주(古酒) |
유형별로 어울리는 음용 방식도 갈린다. 훈주는 첫 잔으로 좋다. 상쾌주는 요리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 반주용 술이다. 순양주는 맛이 진한 요리와 잘 어울리는 유형이다. 숙주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미하는 술이다. 온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이야기는 온도와 보관법에서 자세히 다룬다.
향을 나타내는 말, 초보자의 언어로 풀어보기
라벨이나 매장에서 자주 보는 "프루티(fruity)", "화사하다" 같은 표현. 그 정체는 발효 중 효모가 만들어내는 향 성분이다. 일본 주류종합연구소는 이런 향을 평가하기 위한 공통 용어를 정리해두었다(보고서 제178호).
대표적인 성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카프로산에틸(ethyl caproate)로, 사과나 서양배에 가까운 향이 난다. 다른 하나는 아세트산이소아밀(isoamyl acetate)로, 바나나에 가까운 향이다(멜론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두 성분이 두드러진 술이 바로 이른바 긴조카(吟醸香, ginjo-ka, 긴조 특유의 화사한 향)가 강한 훈주다. 이름을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사과 향", "바나나 향"으로 바꿔 부를 수 있으면 충분하다.
반면 숙성 중에 생기는 향은 방향이 다르다. 견과류, 말린 과일, 캐러멜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향이다. 이것이 숙주만의 개성이다. 매장에서 흔히 보는 표현은 이렇게 바꿔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 프루티, 화사하다 → 사과나 바나나 같은 젊은 향
- 숙성감 → 견과류나 말린 과일 같은 깊은 향
맛을 나타내는 말, 초보자의 언어로 풀어보기
맛을 나타내는 표현도 익숙한 감각으로 바꾸면 쓰기 쉬워진다. 자주 등장하는 네 가지 표현을 풀어본다.
- 바디감(코쿠, コク) → 입안에 퍼지는 감칠맛과 단맛의 두께
- 깔끔한 뒷맛(키레, キレ) → 마신 뒤 맛이 산뜻하게 빠지는 느낌
- 산미 → 전체를 조여주는 상큼한 신맛
- 여운 → 삼킨 뒤에도 입안에 남는 맛의 길이
같은 준마이슈라도 수치에 따라 체감은 갈린다. 산도가 높은 술은 깔끔한 뒷맛을, 감칠맛이 진한 술은 바디감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뒷면 라벨 수치를 읽는 법은 라벨 읽는 법에 정리되어 있다.
내게 맞는 한 병 찾는 법
취향은 "4가지 유형 × 온도 × 안주"로 가늠하면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먼저 향을 좋아하는지, 감칠맛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본다. 향을 좋아한다면 훈주부터, 감칠맛을 좋아한다면 순양주부터 시도해본다.
그다음은 그날그날 상황에 맞게 골라 마시면 된다. 산뜻하게 마시고 싶은 날은 상쾌주를 차게. 든든하게 먹는 날은 순양주를 상온이나 데워서.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요리와 곁들이는 법은 페어링 입문에서 더 깊이 다룬다. "준마이슈는 무조건 드라이하다" 같은 흔한 오해를 푸는 법은 오해 풀이 FAQ에 정리했다.
단맛·신맛은 어디까지나 입구일 뿐이다. 향의 높낮이와 맛의 농도를 더하면, 다음 한 병을 고를 수 있다.
※ 이 글은 법정 음주 가능 연령(일본은 만 20세) 이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음주는 적당량을 지키고,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경우, 그리고 운전 전에는 음주를 삼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