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토·야마하이·소쿠조, 슈보(酒母) 세 가지 제조법을 깊이 파헤치다
뒷면 라벨에 "기모토(生酛)"나 "야마하이(山廃)"라고 적혀 있다면, 데워 마시기에 잘 맞는 한 병일지도 모릅니다. 이 차이는 슈보(酒母, shubo·효모 배양용 밑술)를 만드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슈보는 효모를 키우는 스타터로, 젖산으로 잡균의 번식을 막아 줍니다. 이 젖산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제조법은 기모토(生酛, kimoto)·야마하이(山廃, yamahai)·소쿠조(速醸, sokujo) 세 가지로 나뉩니다.
뒷면 라벨의 제조법을 술 고르는 단서로 삼고 싶은 분들을 위한, 한 걸음 더 들어간 글입니다. 슈보나 코지(麹, koji·누룩곰팡이를 번식시킨 쌀) 같은 용어를 처음 접한다면, 먼저 전체 제조 흐름을 살펴보는 양조 공정과 맛을 결정하는 요인을 정리한 중급자를 위한 강의부터 읽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 글은 그 중급자 강의에서 다룬 슈보를 주인공으로 삼아, 세 방식의 차이를 젖산·미생물·수고·맛·데운 술과의 궁합 순으로 깊이 들여다봅니다.
슈보란 무엇인가
슈보는 좋은 효모만을 안전하게 대량으로 늘리기 위한 스타터입니다. 모토(酛)라고도 부릅니다. 양조의 격언 "이치코지 니모토 산즈쿠리(一麹二酛三造り)"에서 두 번째, 즉 모토(酛)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정입니다.
슈보가 왜 필요할까요. 발효 탱크 안에는 잡균과 야생 효모가 자연스럽게 섞여 듭니다. 효모 수가 아직 적은 담금 초기에 이들에게 밀리면 술은 상해 버립니다. 그래서 미리 우량 효모를 높은 밀도로 키워 두는 것입니다.
이때 방패가 되어 주는 것이 젖산입니다. 젖산으로 액체를 산성으로 만들면 산에 약한 잡균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반면 양조용 우량 효모는 산에 강해서 이 환경에서 선택적으로 늘어납니다. 즉 슈보 만들기란, 젖산으로 효모만을 위한 안전지대를 마련하는 작업입니다.
슈보는 모로미(醪, moromi·찐 쌀·코지·물·효모가 어우러져 발효 중인 액체) 전체로 보면 아주 적은 양입니다. 이 작은 탱크 안에서 우량 효모를 높은 밀도로 미리 갖춰 두면, 이후 쌀과 물을 더 넣더라도 효모가 우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원료를 한 번에 넣지 않고 여러 차례에 나눠 넣는 삼단 담금(三段仕込み) 방식도 같은 목적입니다. 요컨대 슈보는 발효의 주도권을 우량 효모에게 쥐여 주는 밑작업입니다. 이 젖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세 방식이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세 방식이 갈라지는 지점, 젖산의 출처
차이는 단 하나, 젖산을 어디서 얻느냐입니다. 이 점만 짚어 두면 뒤의 설명이 한결 명료해집니다.
소쿠조는 양조용 젖산을 사람이 처음부터 첨가합니다. 기모토와 야마하이는 양조장과 도구에 서식하는 젖산균이 젖산을 만들게 합니다. 이 둘을 묶어 기모토케이(生酛系)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기모토와 야마하이의 차이는 야마오로시(山卸)라는 작업을 하느냐 마느냐, 그 하나뿐입니다.
이 갈림길을 두 가지 질문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젖산을 사람이 첨가한다 → 소쿠조
- 젖산을 균에게 만들게 한다 → 기모토케이. 그중 야마오로시를 한다 → 기모토 / 야마오로시를 하지 않는다 → 야마하이
이제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통적인 기모토부터 시작해, 여기서 야마오로시를 생략한 야마하이로, 마지막으로 젖산을 첨가하는 소쿠조로 넘어갑니다.
기모토(生酛) 양조장 토착균에게 맡기다
기모토는 양조장에 자생하는 젖산균에게 젖산을 만들게 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입니다. 사람이 젖산을 첨가하지 않습니다. 균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흐름을 온도로 이끌어 갑니다.
먼저 야마오로시라는 작업을 합니다. 야마오로시란 통 속의 찐 쌀과 코지, 물을 나무 주걱으로 짓이기는 작업입니다. 추운 시기에 몇 번이고 반복하는 중노동으로, 모토스리(酛すり)라고도 부릅니다. 쌀을 잘게 으깨면 잘 녹아, 코지의 효소가 당화를 진행시키기 쉬워집니다.
기모토의 볼거리는 슈보 안에서 벌어지는 미생물의 교대극입니다. 대략 다음 순서로 주인공이 바뀝니다.
- 먼저 질산환원균이 활동합니다. 담금물의 질산염을 아질산으로 바꾸고, 이 아질산이 초기의 잡균과 야생 효모를 억제합니다.
- 이어서 젖산균이 늘어나며 젖산을 축적해 갑니다. 저온에서 자라는 젖산구균이 먼저 나타나고, 이후 젖산간균으로 넘어갑니다.
- 젖산이 쌓이면 산에 약한 질산환원균이 죽고, 아질산이 사라집니다.
- 마지막으로 산에 강한 우량 효모만 남아 단숨에 늘어납니다.
질산환원균에서 젖산균으로, 그리고 효모로. 마치 바통을 넘기듯 주인공이 바뀝니다. 이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온도를 천천히 올리며 지켜봅니다. 완성까지 대략 한 달이 걸리며, 작업은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이어집니다.
이 젖산균은 밖에서 넣는 것이 아니라 양조장과 도구에 원래 서식하던 것입니다. 균의 구성은 양조장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기모토는 그 양조장만의 개성이 드러나기 쉬운 제조법이라고 합니다. 같은 기모토라도 양조장이 다르면 산미의 결도 달라집니다.
수고가 드는 만큼 맛에 두께가 생깁니다. 젖산균은 젖산 외에도 다양한 성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향미가 복잡해집니다. 산미가 또렷하게 실리는 것도 기모토케이 특유의 매력입니다. 후쿠시마현 니혼마쓰(二本松)의 다이시치(大七) 양조장은 이 기모토 제조법을 간판으로 내건 대표적인 예입니다.
야마하이(山廃) 야마오로시를 생략한 기모토
야마하이는 기모토에서 야마오로시를 생략한 방식입니다. 정식 명칭은 야마오로시하이시모토(山卸廃止酛)이며, 이를 줄여 야마하이라고 부릅니다. 이름 자체가 제조법의 내용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야마오로시를 생략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메이지 시대, 국립 양조시험소의 연구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가기 킨이치로(嘉儀金一郎) 등이 야마오로시를 없애는 실험을 거듭해, 짓이기지 않아도 코지 효소의 힘으로 쌀이 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중노동 한 가지가 사라졌습니다.
생략된 것은 야마오로시의 노동뿐입니다. 젖산균에 의존하는 점도, 미생물이 교대하는 흐름도, 완성까지 걸리는 기간도 기모토와 거의 같습니다. 이 부분은 오해하기 쉬우므로 분명히 짚어 둡니다. 야마하이는 "수고를 던 것"이 아니라, 기모토의 한 공정을 과학으로 대체한 방식입니다.
맛은 진한 향미와 산미의 균형이 특징입니다. 풍성하면서도 힘 있는 산미가 느껴집니다. 야마오로시를 하지 않는 만큼 슈보가 공기에 노출되기 쉬워, 훈연한 듯한 독특한 향이 나기도 합니다. 이 강한 개성이 데운 술로 마셨을 때의 풍부함으로 이어집니다. 이시카와현 하쿠산시(白山市)에서는 샤타(車多) 양조장의 "덴구마이(天狗舞)" 야마하이 준마이슈나 기쿠히메(菊姫)의 야마하이 준마이가 잘 알려진 예입니다. 둘 다 야마하이 양조를 오랫동안 간판으로 내세워 온 양조장입니다.
소쿠조모토(速醸酛) 젖산을 첨가해 주류가 된 제조법
소쿠조는 양조용 젖산을 처음부터 넣어, 산성 환경을 미리 만들어 두는 방식입니다. 균이 젖산을 만들어 내기를 기다리지 않고 사람이 준비합니다.
이 역시 메이지 시대, 양조시험소의 에다 가마지로(江田鎌治郎)가 확립했습니다. 젖산을 첨가하면 미생물의 교대를 기다리지 않고도 확실한 산성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덕분에 담금 과정이 짧고 안전해졌습니다. 기간은 대략 2주로, 기모토케이의 절반 정도입니다. 잡균에 강하고 맛도 안정적입니다.
소쿠조가 널리 퍼진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기모토케이는 미생물의 교대가 흐트러지면 술이 상하는 부패로 이어지는, 경험과 감이 필요한 제조법이었습니다. 젖산을 먼저 첨가하는 소쿠조는 그 불확실성을 크게 줄였습니다. 안전하고 빠르며 생산량도 안정적으로 담글 수 있다는 확실성이 높이 평가받아 주류 제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일본 사케(니혼슈, 日本酒)의 대부분은 이 소쿠조로 빚어집니다. 업계 사용 비율로는 소쿠조가 약 90%를 차지하고, 기모토와 야마하이를 합쳐도 10% 정도에 그칩니다. 이 비율은 업계 자료에 따른 개략적인 수치로 해마다 변동합니다. 그럼에도 기모토케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희소한 제조법인지는 충분히 전해집니다. 소쿠조의 맛은 깔끔하고 경쾌합니다. 잡미가 적고 의도한 향을 있는 그대로 살리기 쉬운 것도 강점입니다. 화려한 향의 긴조슈(吟醸酒, ginjo·고도로 정미한 쌀로 저온 발효해 만드는 사케) 상당수도 이 소쿠조로 빚어집니다.
세 방식 비교
지금까지의 내용을 한 표로 정리했습니다. 젖산의 출처·수고·기간·맛·데운 술과의 궁합 순으로 나열했습니다.
| 제조법 | 젖산의 출처 | 수고 | 기간 목표 | 맛의 경향 | 데운 술과의 궁합 |
|---|---|---|---|---|---|
| 소쿠조 | 양조용 젖산 첨가 | 적음 | 약 2주 | 깔끔하고 경쾌함 | 차게 마실 때 돋보임 |
| 기모토 | 토착 젖산균이 생성(야마오로시 있음) | 많음 | 약 1개월 | 산미가 높고 깊이와 복잡함 | 데우면 맛이 활짝 열림 |
| 야마하이 | 토착 젖산균이 생성(야마오로시 없음) | 중간 | 약 1개월 | 풍성하고 힘 있는 산미 | 데우면 맛이 활짝 열림 |
수고 항목에서 기모토와 야마하이를 나눈 기준은 오직 야마오로시의 유무입니다. 기간은 둘 다 길고, 소쿠조만 짧습니다. 데운 술과의 궁합은 어디까지나 경향일 뿐, 소쿠조라도 데워서 맛있는 술은 있습니다. 데운 술을 시도하고 싶다면 기모토·야마하이를, 차게 마시고 싶다면 소쿠조를 출발점으로 삼고 나머지는 한 병 한 병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이 대응 관계는 중급자를 위한 강의의 슈보 표와 맞춰 두었습니다.
맛과 고르는 법
고를 때는 기모토케이인지 소쿠조인지에 따라 온도의 목표를 다르게 잡으면 각각의 매력이 잘 살아납니다.
기모토케이 술은 산미와 깊은 맛이 있습니다. 젖산에서 비롯된, 요거트를 연상시키는 풍부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데우면 산미가 부드러워지고 쌀의 감칠맛이 풍부해집니다. 그래서 기모토나 야마하이 준마이를 산 날에는 뜨겁지 않게 데운 술(누루칸, ぬる燗, nurukan·약 40°C 전후로 데운 사케)을 시도해 볼 만합니다. 온도와 맛의 관계는 온도와 보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감칠맛이 진하기 때문에 전골이나 조림처럼 깊은 맛의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소쿠조 술은 윤곽이 또렷하고 깔끔한 맛입니다. 차갑게 해서 향을 살리면 본연의 매력이 앞으로 나옵니다. 화려한 향의 긴조슈라면 우선 차게 마셔 보는 것이 무난한 선택입니다.
한 가지, 흔한 오해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기모토케이라서 더 고급이고 소쿠조라서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수고의 차이는 개성의 차이일 뿐, 품질의 우열이 아닙니다. 소쿠조 중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술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뒷면 라벨의 제조법은 맛의 방향을 읽는 하나의 단서일 뿐입니다. 기모토나 야마하이를 발견하면 온도를 바꿔 가며 산미와 깊은 맛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정 음주 가능 연령(일본은 만 20세) 이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음주는 적당히 즐기시고,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이신 분, 운전 전에는 음주를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