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고리자케 입문 우스니고리·오리가라미·활성 니고리의 차이
뿌옇게 흐린 하얀 빛깔의 일본 술에는 우스니고리(薄にごり), 오리가라미(おりがらみ), 활성 니고리(活性にごり) 같은 여러 이름이 붙습니다. 모두 "니고리자케(にごり酒, 탁한 청주)"의 한 종류이지만, 탁한 정도와 탄산 유무에 따라 맛과 다루는 방법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은 하얀 빛깔의 술에 관심이 생긴 분들을 위해 니고리자케의 정체와 종류를 구분하는 법, 마시는 방법과 병뚜껑을 열 때 주의할 점까지 정리했습니다. 가장 먼저 알아둘 것은 니고리자케가 "거른 청주(세이슈, 清酒)"라는 사실 하나입니다. 겉모습이 비슷한 도부로쿠(どぶろく)와의 차이도 여기서 명확해집니다.
니고리자케는 "거칠게 거른 청주"
니고리자케란 모로미(もろみ, 발효 중인 술덧)를 촘촘하지 않은 천이나 채로 걸러, 오리(おり, 앙금)를 남긴 청주입니다. 오리란 쌀과 쌀누룩(코지, 麹)이 다 녹지 못하고 남은 고형분을 말합니다. 이것이 술에 섞여 하얗게 흐려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청주"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일본의 주세법(酒税法)은 청주를 "쌀, 쌀누룩, 물 등을 원료로 발효시켜 거른 것"(알코올 도수 22도 미만)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거른다"는 것은 모로미를 액체 부분과 찌꺼기 부분으로 나누는 모든 행위를 가리킵니다. 니고리자케는 거르는 눈이 성긴 편이지만, 이 거르는 공정 자체는 거칩니다. 그래서 법적 분류상 청주에 해당합니다.
탁한 술은 청주가 아니라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투명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걸렀는지 아닌지가 기준이 됩니다.
내가 산 하얀 술은 어떤 종류일까 탁도로 구분하기
탁한 정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우스니고리, 니고리, 오리가라미입니다. 남은 오리의 양이 많을수록 걸쭉함과 진한 맛이 강해집니다.
우스니고리는 오리가 적어 산뜻한 목 넘김이 특징입니다. 니고리 특유의 걸쭉함이 부담스러운 분도 비교적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유형입니다. "사사니고리(ささにごり)"라는 비슷한 이름으로 팔리기도 합니다(다만 어느 정도 탁도를 가리키는지는 양조장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더 진한 유형이 흔히 말하는 "니고리자케"입니다. 우유처럼 뽀얗고 걸쭉하며, 쌀의 단맛과 감칠맛이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오리가라미는 계통이 조금 다릅니다. 술을 짜낼 때는 보통과 같이 촘촘한 천을 사용하고, 그 후 오리비키(澱引き, 앙금을 가라앉혀 맑은 윗물만 떠내는 공정)를 생략한 술입니다. 아주 미세한 앙금이 옅게 남아 살짝 뿌옇게 보입니다. 우스니고리가 "거칠게 걸러 앙금을 남기는" 방식이라면, 오리가라미는 "촘촘하게 거른 뒤 앙금 제거 공정만 생략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마셨을 때 느낌도 다릅니다. 우스니고리는 달고 부드럽게 흐려진 인상이고, 오리가라미는 맑은 술에 가까우면서 은은한 감칠맛의 두께가 얹히는 느낌입니다.
| 이름 | 앙금의 양·외관 | 맛의 경향 |
|---|---|---|
| 우스니고리(사사니고리) | 앙금이 적고 옅게 흐림 | 산뜻하고 가벼움. 마시기 편함 |
| 니고리 | 앙금이 많고 우유빛으로 걸쭉함 | 쌀의 단맛·감칠맛이 진함 |
| 오리가라미 | 미세한 앙금이 살짝 남음 | 맑은 술에 가까우며 감칠맛에 두께가 있음 |
병 속에서 톡 쏘는 것이 "활성 니고리(活性にごり)"
니고리자케 중에는 병 속에서 슈와~ 하고 탄산이 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활성 니고리입니다. 히이레(火入れ, 가열 살균)를 하지 않고 살아 있는 효모를 그대로 남긴 채 병에 담기 때문에, 병 안에서도 발효가 계속됩니다. 이때 생기는 탄산가스가 은은한 발포감의 정체입니다.
활성 니고리는 다루는 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발효가 계속되는 만큼 병 안의 압력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오르면 발효 속도가 빨라지고 가스도 늘어납니다. 여는 방법이나 보관을 잘못하면 내용물이 넘쳐 흐를 수 있습니다. 발포하는 원리 자체는 스파클링 사케와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발포의 원리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도부로쿠는 "청주가 아니다"
니고리자케와 도부로쿠는 겉모습이 매우 비슷합니다. 그러나 주세법상 분류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를 가르는 기준은 역시 "걸렀는가" 하나입니다.
도부로쿠는 모로미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즐기는 술입니다. 거르는 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청주에 해당하지 않고, 분류상 "기타 양조주"가 됩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크래프트 사케(craft sake) 역시 대부분 이 "기타 양조주"로 분류됩니다. 다만 이유는 도부로쿠와 조금 다른데, 쌀 이외의 부원료를 넣기 때문에 청주의 조건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 구분 | 거르는 공정 | 주세법상 분류 |
|---|---|---|
| 니고리자케·오리가라미 | 거침(거친 정도의 차이는 있음) | 청주 |
| 도부로쿠 | 거치지 않음 | 기타 양조주 |
참고로 면허 없이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은 일본 주세법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마셔 비교해 보고 싶다면 시판 제품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마시는 법 앙금을 "섞을지" "윗물만 따를지"
니고리자케는 앙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집니다. 병 바닥에 앙금이 가라앉아 있다면 두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앙금을 섞어서 따르는 방법입니다. 걸쭉하고 진하게, 단맛과 감칠맛을 통째로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섞지 않고 윗물만 따르는 방법입니다. 맑은 부분은 의외로 산뜻하게 마셔집니다. 한 병으로 두 가지 얼굴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니고리자케의 재미일지도 모릅니다.
온도는 충분히 차갑게 하면 단맛이 한결 깔끔해집니다. 진한 니고리라면 얼음을 띄워 온더락(on the rocks) 스타일로 즐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음식은 맛이 진한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전골 요리나 향신료가 강한 요리와 곁들이면 단맛이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어울리는 조합에 대한 생각은 음식과의 궁합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활성 니고리 개봉·보관 넘침에 주의
일반적인 니고리자케는 서늘하고 어두운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것은 활성 니고리입니다.
활성 니고리는 반드시 세운 채로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눕히거나 이동 중에 흔들면 새어 나올 우려가 있습니다. 가게에서 가져올 때도 되도록 세운 채로 옮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병을 열 때는 서두르지 말고 다음 순서로 가스를 조금씩 빼 줍니다.
- 냉장고에서 충분히 차게 하고, 몇 시간 정도 그대로 가만히 두어 안정시킵니다(잘 식을수록 거품이 얌전해집니다).
- 싱크대 위 등 흘러도 상관없는 곳에서 작업합니다.
- 뚜껑을 아주 살짝만 풉니다. "쉬익" 소리가 나면 일단 멈춥니다.
- 거품이 올라오면 뚜껑을 다시 잠그고 가라앉기를 기다립니다.
- 3~4번을 몇 차례 반복한 뒤, 거품이 잦아들면 완전히 엽니다.
단번에 열면 내용물이 뿜어져 나올 수 있습니다. 거품의 상태를 보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나마자케(生酒, 비가열 생술)의 보관에 대해서는 온도와 보관도 참고해 주세요.
니고리자케는 거르는 방식과 발효 정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청주입니다. 먼저 탁도로 종류를 고르고, 활성 니고리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루는 법을 바꾸면, 하얀 빛깔의 술을 고르는 일이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정 음주 가능 연령(일본은 만 20세) 이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음주는 적당량을 지키고,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운전 전에는 음주를 삼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