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자케는 저품질 술? 해외에서 자주 나오는 일본술 오해 Q&A
해외 포럼을 보다 보면 일본술에 관한 통설이 여럿 떠돕니다. "따뜻하게 데운 술은 싸구려 술"이라거나 "준마이(Junmai)가 무조건 최고"라는 식이죠. 절반은 맞고 절반은 어긋나 있어서 오히려 더 헷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영어권에서 특히 퍼지기 쉬운 오해를 Q&A 형식으로 하나씩 풀어봅니다. 국내(일본) 독자를 위한 정리는 일본술 오해 FAQ에도 있습니다.
"칸자케(燗, 데운 술)는 저품질 술을 감추기 위한 방법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온도는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즐기는 방식의 선택입니다.
해외에서는 "데운 술(hot sake)은 싸구려 술의 맛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일본술은 차게도, 따뜻하게도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술입니다. 온도를 바꾸는 이유는 맛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맛을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일본주조조합중앙회 『일본술을 맛있게 마시는 법』).
데워서 마셨을 때 오히려 맛이 좋아지는 술을 "간아가리(燗上がり, kan-agari)하는 술"이라고 부릅니다. 쌀 본연의 감칠맛이 특징인 준마이(純米酒, junmai-shu, 양조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은 청주)에서 특히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품질 좋은 준마이도 데우면 향과 단맛이 활짝 열립니다. 차게 마셨을 때는 밋밋하게 느껴지던 술이 데우는 순간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온도대별 명칭과 궁합은 온도와 보관법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준마이(Junmai)나 다이긴조(Daiginjo)가 제일 좋은 등급인가요?"
아닙니다. 이는 맛의 우열이 아니라 제조 방식에 따른 분류입니다.
준마이(Junmai)는 양조알코올을 첨가하지 않고 빚은 청주를 말합니다. 여기서 양조알코올이란 전분이나 당분을 함유한 원료를 발효시킨 뒤 증류한 알코올을 가리킵니다. 다이긴조(Daiginjo)는 쌀을 많이 깎아내고(정미)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킨 방식으로 빚은 술입니다. 두 가지 모두 제조 방식에 따른 구분일 뿐, 등급이나 순위가 아닙니다(일본 국세청 『청주 제법 품질 표시 기준』).
양조알코올은 향을 살리고 뒷맛을 깔끔하게 만드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첨가량에는 엄격한 제한이 있어서, 술을 물타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따라서 준마이가 혼조조(本醸造)나 긴조(吟醸)보다 무조건 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역시 준마이 표기가 품질을 결정짓는 절대적 지표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JNTO 『Sake 101』). 명칭 체계는 준마이·긴조·다이긴조의 차이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니고리(Nigori, 탁주형 청주)는 달아서 초보자용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니고리는 여과 방식의 차이일 뿐, 단맛의 정도는 술마다 다릅니다.
니고리자케(Nigori)는 눈이 굵은 천이나 망으로 거른 청주를 말합니다. 쌀 알갱이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뿌옇게 탁해 보입니다. 여과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부러 거칠게 거르는 방식을 택한 것뿐입니다. 이렇게 거칠게 거른다고 해서 품질이 낮다는 뜻은 아닙니다.
맛의 스펙트럼도 넓습니다. 걸쭉하고 진한 타입이 있는가 하면 산뜻한 드라이 타입도 있습니다. 단맛이 나는 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초보자용인 것은 아닙니다. 단맛과 드라이함의 정도는 전적으로 양조자의 설계에 달려 있습니다. 라벨에 표기된 니혼슈도(日本酒度, sake meter value, 단맛·드라이함의 지표)를 보면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읽는 법은 맛과 향의 기초 참고).
"나마자케(Nama, 생주)는 상온에서 들고 다녀도 되나요?"
아닙니다. 나마자케는 저온살균(火入れ, hi-ire)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냉장 보관하고 빨리 마셔야 합니다.
나마자케(Nama)는 가열 처리(火入れ, hi-ire, 일본술의 저온살균 공정)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청주입니다. 히이레는 술을 가열해 효소 작용을 멈추고 잡균 번식을 억제해 품질을 안정시키는 공정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나마자케는 효모와 효소가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상온에 두면 짧은 시간 안에 맛이 변합니다(주류종합연구소 『일본술 보관 가이드』).
그래서 기념품으로 상온에 두고 들고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나마자케는 구입 즉시 냉장 보관하고, 개봉 후에는 되도록 빨리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류종합연구소는 대략 섭씨 1도에서 5도 사이의 냉장 보관을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기념품으로 고른다면 한 번이라도 히이레를 거친 술을 선택하는 편이 상온 운반에 안전합니다. 참고로 같은 "나마(生)"라는 이름이 붙어도 나마초조슈(生貯蔵酒)나 나마즈메슈(生詰酒)는 최소 한 번은 히이레를 거친 술입니다. 보관 절차는 온도와 보관법에 있습니다.
"비싼 술일수록 맛있는 게 맞나요?"
짧게 답하면 아닙니다. 가격은 품질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쌀을 많이 깎아낼수록 필요한 쌀의 양이 늘고 손도 많이 가서 가격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가격이 곧 맛의 순위는 아닙니다. JNTO 역시 등급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맛있는 술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JNTO 『Sake 101』). 비싼 술이 맛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이 맛있는 술입니다. 가격대별 대략적인 기준은 가격대별 가이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히야(冷や)라고 하면 차가운 술을 뜻하나요?"
아닙니다. 일본술에서 "히야(冷や)"는 상온, 대략 섭씨 20도 전후를 가리킵니다.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 데우지 않은 술은 실온 그대로 마셨습니다. 그 흔적으로 지금도 상온을 "히야(冷や)"라고 부르는 관습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술집에서 "히야로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차가운 술이 아니라 상온 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차가운 술을 원할 때는 "레이슈(冷酒, reishu, 냉주)"라고 주문하면 확실합니다. 참고로 약 섭씨 15도인 "스즈비에(涼冷え)"는 냉주 계열의 명칭이며 히야와는 다른 온도대입니다. 온도대별 명칭은 온도와 보관법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헷갈릴 때 기억할 사고방식
이런 오해의 대부분은 서로 다른 잣대를 하나로 뭉뚱그리는 데서 생겨납니다. 온도·분류·탁도·상태·가격은 각각 별개의 축입니다. 하나의 축만으로 술 전체의 좋고 나쁨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이 축들을 구분해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떤 통설이 들려와도 자신에게 맞는 한 병은 스스로 고를 수 있습니다. 용어 전반은 일본술 오해 FAQ로 돌아가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 이 글은 법정 음주 가능 연령(일본 기준 20세) 이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음주는 적정량을 지키시고,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운전 전에는 음주를 삼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