ポンシ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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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와 구라비토, 일본 사케를 빚는 장인들

Culture & History#Intermediate#culture#history

일본 사케 라벨이나 양조장 소개 글을 보면 "杜氏(とうじ, 도지)"라는 한자를 마주치게 됩니다. "토지"로 읽기도 하는 이 말은 양조 현장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가리킵니다. 그 아래에서 각 공정을 맡는 장인은 "蔵人(くらびと, 구라비토)"라고 부릅니다. 이 두 글자 뒤에는 어떤 사람들과 조직이 있을까요. 이를 알고 나면 라벨이나 양조장 소개 글만 보고도 한 병의 술이 걸어온 배경을 그려볼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누가 어떻게 술을 빚는지, 사람과 조직이라는 측면을 정리합니다. 양조 공정 자체는 사케가 만들어지기까지에서 다루었으니, 이 글에서는 만드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도지는 양조의 최고 책임자

도지는 양조장의 술 빚기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입니다. 일본 국세청은 "전통적 사케 양조"를 도지와 구라비토가 누룩곰팡이(고지균)를 이용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기술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기술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도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도지의 역할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양조장 전체의 관리·감독이고, 다른 하나는 완성된 술의 품질에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담금 온도, 누룩(고지)의 상태, 술덧(모로미)의 발효 진행 상황. 매일의 판단이 쌓이고 쌓여 그해 술의 모습을 결정짓습니다. 계측기가 있어도 최종 판단은 향과 맛으로 직접 확인합니다. 이렇게 경험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도지가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구라비토는 이 도지 아래에서 각 공정을 맡는 장인입니다. 도지가 전체를 설계하면 구라비토가 실제로 손을 움직입니다. 이러한 분업이 사케 양조의 기본 틀입니다. 참고로 양조장의 주인(경영자)을 가리키는 "蔵元(くらもと, 구라모토)"는 도지와는 다른 말입니다. 구라모토가 경영을, 도지가 제조를 책임집니다.

구라비토의 역할은 공정별로 나뉜다

구라비토에게는 담당 공정에 따라 각각의 직명이 붙습니다. 다만 이 직명은 양조장이나 유파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 표는 어디까지나 한 가지 예시입니다.

직명(예시) 주요 담당 업무
도지(杜氏) 전체 지휘와 술 품질 판단, 술에 대한 책임
가시라(頭) 도지를 보좌하며 현장을 총괄
고지야(麹屋, 누룩 담당) 누룩(고지) 만들기
모토야(酛屋, 효모 배양 담당) 슈보(酒母, 효모를 배양한 술의 밑바탕. 모토라고도 함) 담그기
가마야(釜屋, 가마 담당) 쌀을 찌는 가마의 불 관리

그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큰 것이 누룩(고지)을 만드는 역할입니다. 고지는 쌀의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역할을 담당하며 술맛을 크게 좌우합니다. 하쿠시카 기념 양조 박물관의 해설에 따르면, 도지로 승진한 사람의 상당수가 이 역할을 거쳤다고 합니다. 핵심 3역(三役)의 구성도 양조장이나 유파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도지·가시라·고지야, 혹은 가시라·고지야·모토야 세 사람을 가리키며 특히 무거운 책임을 지운 양조장도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양조 도구를 정비하는 도구마와시(道具廻し), 술덧을 짜는 후네토(船頭) 등, 표에 없는 역할도 공정마다 존재했습니다. 신참은 식사 준비나 잡일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으며 점차 위 단계로 올라갑니다. 양조장은 이러한 장인들의 계층 구조로 돌아갔던 셈입니다.

각 직명이 어느 공정에 해당하는지는 사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공정도와 나란히 놓고 보면 그림이 그려집니다. 찌고, 누룩을 만들고, 슈보를 키우고, 술덧을 담그는 일. 그 하나하나에 담당자가 있는 것입니다.

왜 겨울철 "출향(出稼ぎ)" 노동이었을까

도지와 구라비토가 집단 계절노동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은 담금 시기와 농사력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케 대부분은 겨울에 빚습니다. 낮은 기온을 이용해 잡균 번식을 억누르고 발효를 천천히 진행시키는 양조법을 "간즈쿠리(寒造り, 한랭기 양조)"라고 부릅니다.

겨울은 벼농사가 한가해지는 농한기와 겹칩니다. 고베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예전 도지들은 평소에는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다가 겨울철에만 양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고향의 구라비토들을 이끌고 술을 빚은 뒤 봄이 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1년 주기의 순환을 반복한 것입니다. 농한기의 일자리와, 겨울에 일손이 필요한 양조장. 양쪽의 필요가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일수록 이 방식이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겨울에 논밭 일을 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양조장으로의 출향이 겨울철 중요한 벌이가 되었습니다. 기술을 가진 이들이 그 지역에 늘어나면서 하나의 집단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계절과 술 품질의 관계는 계절로 보는 일본 사케에서도 다룹니다.

도지 집단과 유파

이러한 계절노동을 바탕으로 도지들은 지연(地緣)으로 묶인 집단으로서 각지에서 자라났습니다. 같은 지역 출신들이 스승에서 제자로 기술을 전수하며 양조장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이어지는 기술 계보를 "유파"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인 집단으로는 이와테현을 본거지로 하는 난부(南部) 도지, 니가타현의 에치고(越後) 도지, 효고현의 단바(丹波) 도지가 있습니다. 그 밖에 노토(能登) 도지, 다지마(但馬) 도지 등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베대학의 조사에서도 단바·다지마·노토·난부·에치고 등의 집단명이 언급됩니다. 여기 나열한 것은 대표적인 몇 가지 예일 뿐, 우열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눈이 많은 니가타가 에치고 도지를 낳았듯, 산지별 술맛의 차이는 지역으로 알아보는 일본 사케 입문에서도 다룹니다.

이들 집단은 자신들의 고향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도 기술을 전했습니다. 단바 도지는 나다(灘, 효고현)의 양조를 지탱한 집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신지의 이름을 내걸면서도 각지의 양조장에 들어가 솜씨를 발휘한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유파별 기법이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각 지역의 물과 기후에 맞추어 양조에 저마다의 개성이 생겼다고도 전해집니다.

도지에서 구라모토도지로

사케를 빚는 주체에는 큰 변화의 흐름이 있습니다. 겨울철에만 일하던 출향 노동에서, 일 년 내내 일하는 형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생활과 산업의 변화가 있습니다. 지방에서도 연중 일자리가 늘면서 겨울에만 양조장에 나갈 필요성이 줄었습니다. 종사자의 고령화와 후계자 확보도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조장들은 도지와 구라비토를 정규 직원으로 채용해 자체적으로 인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해왔습니다. 고베대학의 조사도 도지와 구라비토가 정규직화되어 회사 조직 안에서 술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하나의 형태가 "구라모토도지(蔵元杜氏)"입니다. 양조장의 주인이 직접 양조를 배워 도지를 겸하는 형태를 가리킵니다. 경영과 제조를 한 사람이 맡기 때문에 양조장의 철학이 술에 곧바로 반영되기 쉽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하나의 흐름일 뿐, 어느 형태가 더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도 외부 도지를 초빙하는 양조장, 집단 유파를 이어가는 양조장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여성과 사케 양조

"양조장은 여성 출입 금지(女人禁制)"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민간 관습이자 구전일 뿐, 사케 양조 본연의 규칙은 아닙니다. 이유도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월경을 부정(不淨)한 것으로 여기던 옛 관념, 숙식하며 이어지는 고된 노동이 남성 중심으로 굳어졌다는 설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왔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보이는 모습이 달라집니다. "도지(杜氏)"라는 말의 어원을 집안의 여주인을 가리키는 "刀自(とじ, 도지)"에서 찾는 설도 있습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케를 빚는 주체가 처음부터 남성으로 한정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오늘날에는 여성 도지와 구라비토가 전국 각지의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세청도 "전통적 사케 양조"의 담당자에 대해 성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양조 현장은 성별과 상관없이 문을 열어 왔습니다. "여인금제"는 지나간 관습으로만 알아두면 충분합니다.

견학이나 술 고르기에 도움이 되는 시각

만드는 사람을 알고 나면 양조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깊어집니다. 양조장 소개 글에는 도지의 이름과 체제가 자주 실려 있습니다. 이를 읽어낼 실마리를 두 가지 짚어봅니다.

하나는 유파나 집단의 배경입니다. 난부나 에치고 같은 유파가 언급되어 있다면, 그 지역에서 이어져 온 기술의 계보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양조 체제입니다. 구라모토가 직접 술을 빚는 양조장인지, 외부에서 도지를 초빙하는 양조장인지. 누가 술의 품질을 결정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양조장을 방문하기 전에 이런 배경을 미리 알아두면 현장에서의 이야기가 훨씬 잘 이해됩니다. 실제 견학 요령은 사케 양조장 견학 준비와 매너에, 산지별 개성은 지역으로 알아보는 일본 사케 입문에 정리해두었습니다. 다음에 라벨에서 "杜氏(도지)"라는 이름을 발견하면, 그 한 사람이 이끄는 양조장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정 음주 가능 연령(일본은 만 20세) 이상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음주는 적정량을 지켜주시고, 임신·수유 중이거나 운전 전에는 음주를 삼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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